자취하면 좋은 점 - kyle의 인생트립

안녕, 형들. 오늘은 자취할 때 좋은 점을 주관적인 경험을 섞어 소개해보려 해. 20대라면 누구나 가정의 속박으로부터 독립을 해 자취 라이프를 즐기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해. 나는 비록 완전한 독립은 아니었고, 대학이 핑계이긴 했지만 몇년 동안의 자취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았어.

Photo by Phil Botha on Unsplash

처음 자취를 하게 된 것은 대학교에 입학하고 였어. 입학하고 첫 학기는 기숙사를 썼었는데, 2인1실이었어.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 서로 라이프스타일이나 활동 시간이 다르니까 말은 서로 편하게 하라고 배려하지만, 실상은 여러가지 부딪히거나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았어. 나의 첫 룸메는 나보다 6살 형이었으니까 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지.

 

다행히 학교 근처는 월세가 비싼 동네가 아니어서 보증금도 월세도 낮은 조건으로 혼자 지내기에 좋은 원룸 매물들은 많았어. 그렇게 나의 첫 자취 라이프가 시작되었는데, 부모님에게 용돈을 타서 쓰던 시기여서 자유와 풍족함을 함께 누렸었지. (사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양심이 가출한 거였어. 집이 부유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자취 생활은 여러모로 좋았지. 몇 가지를 이야기해줄게.

 

먹고 싶을 때 먹기

자취를 하면 식사 시간도 자신 스스로 정하기 나름이지. 가족들과 함께 생활할 때는 이런 부분에서 부딪쳤었거든. 부모님은 아무래도 기성세대니까, 식사는 때되면 하는 거고 끼니는 항상 쌀이 들어간 밥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으셨지. 나는 꼭 아침을 챙겨먹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 

 

자취를 시작하면서 꼭 누리고 싶었던 부분이 내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권리였어. 내가 먹고 싶은 시간에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 아침이 먹기 싫으면 아점을 먹으면 되고, 밤에 출출하면 편의점에 가거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었지.

 

 

잠이 안 오면 새벽 산책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 있어, 누구를 불러내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방에 혼자만 있자니 답답한 그런 날. 나는 그런 날이면 산책을 나가곤 했어. 가족과 함께 지내면 새벽에 외출하려고 부스럭거리면 서로 신경이 쓰일텐데, 혼자 지내니 누굴 신경쓸 필요가 없어서 좋았어. 완전히 내 페이스대로.

 

답답하면 그게 밤이든 새벽이든 산책을 할 수 있었고, 한밤중에 자취방에 불을 켜도 되고. 별 것 아닌 이 사소한 일이 자유롭게 가능하다는 사실이 괜히 좋았어.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잠들기 싫은 밤은 심야 영화를 한편 보고 오기도 했었지.

 

우리집은 시골이라 밤이되면 주변이 깜깜했는데, 학교 근처는 상가들이 많아서 걸어도 걸어도 지루하거나 위험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더 자주 산책했던 기억이 있네.

 

 

늦잠을 마음껏

주말이나 공강인 날에는 늦잠을 마음껏 자도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더라. 누군가는 게으르다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잠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늦잠을 방해받지 않는 것이 참 행복한 일이었어.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 아침에 어떤 식으로든 한번은 불쾌하게 깨게 돼. 

 

가족 중 누군가가 출근하거나 아침을 일찍 시작한다면 그 소음은 자연스레 모닝콜이 되어 나를 강제 기상시키니까 말이야. 혼자 산다는 것은 그 모든 아침의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이야. 그래서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이 오히려 더 상쾌하다고 느껴졌어.

 

 

자생력(생활력)이 길러짐

자취를 하기 전에는 몰랐던 집안 곳곳의 문제들이 오롯이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 사소하게는 하수구에 머리카락 끼는 문제부터, 쓰레기 버리기, 변기 레버가 어느날 눌리지 않았던 일, 엄청 추운 겨울날 보일러가 동파되어 2~3일간 냉골에서 지냈던 일, 통돌이 세탁기가 탈수에서 멈추고 헹굼만 무한반복 하던 걸 알게 되었던 일 등등

 

부모님과 함께 살았더라면 내가 차마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던 부분, 모르고 넘어갈 수 있었던 생활의 구석구석까지 문제들이 터져나올 때마다 해결하는 나날이었지. 그러면서 비로소 '스스로 살아나간다는 것의 의미'를 20대 초반인 나는 알아갔던 것 같아. 

 

당장 그 방에서 버티고 살아야하니까 어떻게든 헤쳐나가게 되더라고. 당시에는 문제가 하나씩 생길 때마다 정말 서럽고 힘겨웠거든? 그런데 내 힘으로 문제들을 해결해보는 경험을 차곡차곡 하는 게 사실 축복이었던 거더라고. 덕분에 내가 여태껏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위에서 삶을 이어나가 오고 있었던 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고. 

 

홀로 살며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묘한 경험들이었지.


무튼 나는 그랬어.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그때 그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소중함을 난 알아. 자취를 고민하는 동생들이 있으면 해보라고 말해주거든. 실제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은 혼자 살아보는 일만한 게 없으니까. 

 

홀로 살아봐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잘 알 수 있는 것 같아.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고, 얼마나 나태한지 그리고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돼.

 

어떤 책에선가 삶은 나그네와 같다던 구절이 있었는데 자취러의 삶이 딱 그와 같게 느껴져. 삶의 여정을 홀로 감당해나가는 훌륭한 인생 경험. 그게 자취 아닐까?

 

내가 자취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소유욕을 내려놓는 것이었어. 형들의 자취 생활은 어땠는지 그리고 어떠한지, 그 가운데 무엇을 깨닫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댓글로 알려주는 건 어떨까? 

반응형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