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람들이 취미가 뭐냐고 물어볼 때가 가장 난처하다
딱히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어
대충 둘러대는데, 그게 이상한지
자꾸 나의 욕구를 파악하고자 호구조사 하시는 분들이 있다.
삶이 풍요롭고 여유가 있다면 왜 좋아하는 게 없겠나
돈만 많으면 재밌게 놀 곳, 쓸 곳 많겠지.
다만 한정된 자원...그래 투박하고 솔직하게 말해서
쥐꼬리만한 월급 받아갖고 내 현재와 미래를 다 책임질 걸 생각하니
먹고 싶은 거, 놀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것에 쓰기 주저하게 되었던 거다.
그렇게 여우의 신포도처럼 하나씩 욕구를 떼어내다보니
이젠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게 되어버린 거야
그래서 말 못 한다. 내 취미가 뭔지..
퇴근 이후에는 이 거지같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에라도 몰두하고 있다는 걸 들키기 싫어
인터넷 서핑을 한다고 둘러댄다.
남들은 내가 tv도 안 보고, 넷플릭스도 안 보고, 연애도 안 하고, 집 가면 그냥 쉬는 줄 아는데
그래서 매우 한가한 줄 아는데
착각들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남의 인생 감도 놔주시고, 배도 놔주시려고 하시는 으른들 때문에
아주 감사하게도 인생 귀찮은데
제발 부탁인데 날 좀 놔둬라
회식도 그만 데려가고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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