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회사 입사 만 한달된 후기 - kyle의 인생트립

공무원을 그만두고 사기업 물류회사를 비전공, 노베이스로 입사하여 사무실 직원으로 근무한지 만으로 한달이 되었다. 어리둥절한 처음보다야 기본적인 틀은 갖추었다는 느낌은 들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어려운 것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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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물류 회사 재고관리 파트 직원으로 만 한달을 근무하고 느낀점, 애로사항 등을 적어보려한다.

훗날 이 기록이 내게 어떤 의미와 기억으로 남을지 기대하는 심경으로 글을 쓴다.

창 밖으로 고층 아파트가 보이는 사무실 파티션으로 각자의 자리가 구분된

1. 조직의 분위기와 문화

 

사기업은 나에게 새로운 문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당시의 그것과 사내 분위기가 달라 1개월이 지난 지금도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어느 집단이든 가십을 귀기울여 들어보면 그 집단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법.

사내 구성원들이 주로 어떤 주제로 사석에서 이야기를 하는지 알기 위해 각종 모임 자리를 빼지 않고 참석했다. 그래봐야 코로나로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사람들의 관심사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코로나로 2년여 가까이 임금 동결이 있었다고 해서인지 급여 인상과 진급에 대한 언급이 주로 많았다.

특히 사원급의 주임 진급이 화두였고, 중소기업의 특성탓인지 비슷한 또래의 경력자가 입사했는데 먼저 입사한 자보다 직급이 높으면 알게 모르게 기싸움이 벌어지는 것 같다. 사실 전 직장은 승진할 자리가 매우 적고 대부분이 승진을 위해 과도한 업무와 책임을 부여받기 꺼려하는 분위기여서 사기업 조직원들의 승진에 연연하는 모습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편 조직 문화에 있어서 물류 회사 고유의 특성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현장 직원들과 사무실 직원들 간의 관계가 아주 팽팽하다는 점. 이 불편한 기류는 서로의 업무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에서 기인한다.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현장 직원분들은 무엇이든 요청사항에 대해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여주실 때가 더러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하는 부탁도 아니고, 거래처의 요청으로 위탁재고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현장의 재고 상황을 요청하는 것임에도 "바쁘고 귀찮은데 뭘 자꾸 시키냐"는 식의 반응을 보여주실 때면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솔직히 기업의 이익활동을 위해서지, 내가 잘 되려고 하는 요청이 아니지 않은가. 이런 식의 부정적 피드백이 쌓이다 보면 결국 상부에 보고할 수 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현장과 사무실의 골이 계속 깊어질 수 밖에 없어 딜레마이다.


2. 업무 분장과 물류 회사의 업무 특성

 

한편 한달이란 기간은 사무실에서만 배워서 물류 회사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파악하기에는 무척 짧은 시간이었다. 결국 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미출, 오출, 반품 등의 대응을 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렇다고 내 할일을 내버려두고 현장을 충분히 관찰하는 것 또한 할 수 없다.

물류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사실상 유기적인 하나의 흐름으로 볼 수가 있는데, 그것을 표면적, 임의적으로 업무분장을 하여 크게는 사무실과 현장 직원으로 분류를 하는 것이다. 현장 사정은 내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사무실에 초점을 맞춰보자면, 사무실 업무 내에서도 재고관리, 미오출 등 점포 클레임, 피킹지 출력 및 현장 전달, 배차, 영업, 전산 지원 등으로 분장이 되어있다는 사실.

문제는 사실상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명확히 누구의 업무인지를 재단하는 것이 모호한 경계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경계의 지점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업무를 토스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 일단 한번 해주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그러한 일을 우리 부서가 떠맡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귀찮음과 무책임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중간관리자급이 되기 위한 승진 포인트가 이 부분에 있어 보인다는 느낌은 어렴풋이 받았다. 타부서에서 발생한 문제를 '우리의 문제'라고 인정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사람은 차장급이 되나, 이건 내 문제 그건 네 문제라고 선을 긋는 사람은 대리급으로 남는 것 같다.

포용력이나 리더십이 다른 조직에서도 물론 개인의 중요한 역량과 덕목이 되지만, 특히 A부터 Z까지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물류 회사의 업무 특성 상 협력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직원에게 보이지 않는 가산점이 붙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연차가 오래되어도 진급이 안 되는 직원들이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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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려운 점

가장 어려운 점은 상품 공급처(거래처)와의 미팅 자리이다. 다행히 구매팀이 아닌 게 어찌나 다행인지! 만 한달 차 직원이 협상의 자리에 앉아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는 매우 한정적이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현장에서 입고- 적재 -피킹 -출고 전 과정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지 피상적으로 알기만해서는 어떠한 적절한 제안도 쉽게 할 수가 없다. 스스로가 의문 투성인데 어찌 설명과 요청이 가능하겠나.

둘째는 반품 및 교환에 대한 대응과 처리 이슈이다. 점포로부터 반품 요청을 수락하는 과정, 점포 자체 폐기일지 센터로 익 배송편에 회수를 진행할지, 로스를 감내하고 무상지원을 해줘야할지, 누구의 귀책인지를 피곤하게 따져 기업의 푼돈을 지켜야 할지, 박스 단위로 출고되는 상품이라면 낱개 교환을 결단해야 할지 등 모든 결심 사항들이 신입에게는 무거운 책임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경험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반품 프로세스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사례들도 아직 너무 많다.


사실 무척 힘겹게 보낸 한달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몇 개월 혼자 끙끙대는 힘겨운 시간들이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의 다음 목표는 3개월 넘기기이다.

업무에 적응하는 기간이 끝나고 어느정도 나의 업무를 장악하고 스스로 대응이 가능한 시점이 오면 지금 느끼는 압박감이 줄어들까?

아직 배울 것이 남아있다는 점이 조금 더 버틸 동기를 부여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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