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자동차 구입 vs. 뚜벅이 사이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다 - kyle의 인생트립

직장을 구하고 나니 차량 구입에 대한 무언의 푸시가 있었다. 어른이면 차를 가져야만 당연한 세상인 것인지 주변의 눈총이 따갑다.

 

예전부터 차를 사게 되면 돈을 모을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서른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나는 뚜벅이다. 괜히 남 눈치 보며 "어른이면 차가 있어야지"하는 생각으로 구입해 부대비용을 치르며 차량을 소유하고 싶지 않은 것도 물론 한 몫 했다.

 

그러나 해가 갈 수록, 나이를 먹어갈 수록 주변 친구들도 차를 하나,둘씩 구입하고 나만 생애 주기에 맞지 않게 생활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출퇴근 시 직장 상사들과의 카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미안했다.

 

그래서 진지하게 차량 구입을 고민하고 어제는 예상 자동차 보험 견적을 산정해 보았다. 뚜벅이의 삶과 차량 소유주의 삶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비교해보았다. (물론 등장하는 금액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다.)

 

하늘색 자동차
차량 소유주의 삶? 뚜벅이의 삶보다 더 가치를 줄 수 있나?

 

1. 뚜벅이 1년 교통비

나는 집과 회사 출퇴근 시 총 2대의 다른 종류 버스를 탄다. 집과 회사가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노선이 정리가 되지 않아 상당한 교통비가 든다. 평일에는 사실상 집과 회사 왕복 교통비만을 고려하면 되고, 주말에는 약속이 잡히지 않은 날이면 집에 있는 때가 훨씬 많아 주말 교통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출퇴근 교통비

출퇴근 편도 버스 2대를 환승하는 교통비를 넉넉잡아 4,000원이라 하면 왕복(x2)을 고려했을 때 8,000원의 교통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평일 출퇴근 교통비 : 편도 4,000원 * 2회(왕복) = 8,000원

 

주말 교통비

주말의 경우 집돌이인 나는 거의 집에 있는 날이 많아 교통비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수도권 변두리에 거주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약속이 잡힐 경우 오히려 평일보다 더 큰 금액의 교통비가 지출될 수 있다. 따라서 주말 교통비도 넉넉잡아 평일 만큼으로 산정하기로 하자.

주말 약속 교통비: 8,000원 (가정)

 

 

정리하면 뚜벅이 1년 교통비는 하루 8,000원으로 가정했을 때 아래와 같다.

일평균 교통비 8,000원 * 365일(1년) = 2,920,000 원

 

 

 

 

2. 차량 소유 시 1년 비용

그렇다면 뚜벅이가 차량을 구입하게 되었을 때의 비용은 어떻게 될까? 차량 소유 시 지출되는 비용이 무엇인지를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차량 소유 시 비용>

차량 구입비 + 취/등록세

자동차 보험료

부품 수리 및 교체 비용

운전자 보험

유류비 및 통행료

 

차량 구입비 및 자동차 보험료

복잡한 계산을 피하기 위해 차량 구입비(취/등록세 포함) 2천만원이라고 가정하기로 했다. 나는 소형 SUV 외에는 구입할 생각이 없으므로 휘발유 모델, 그리고 적정선의 옵션을 추가해서 취/등록세를 포함해 2천만원의 신차를 구입해 5년 할부 상환을 가정했다. (역시 복잡한 계산을 피하기 위해 할부는 무이자라고 가정했다.)

 

사회초년생 운전 경험 조금 있지만 자동차 보험료를 아무리 적게 산정해도 160만원/년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이를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20,000,000원 / 5년(취/등록세 포함 5년 할부 차량 구입비) + 1,600,000원(자동차 보험)

= 5,600,000원 (향후 5년간 연간 부담액)

 

부품 수리 및 교체 비용 그리고 운전자 보험료

부품을 수리하고 교체하는 비용은 연간 40만원을 잡았다. 타이어나 엔진오일 등 기타 잡다한 것들의 수리비를 최소한도로 잡아 산정한 금액이다.

 

운전자 보험은 자동차 보험과는 별도로 대인/대물/사고 벌금/변호사 선임 비용 등 실비 성격의 것으로 운전 중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최대한도로 잡는다고 가정하고 2.5만원/월 정도를 산정했다.

 

이를 연간 비용으로 환산 및 정리하면, 

400,000원(수리/교체비) + 25,000원 * 12개월(운전자 보험 연 환산)

= 700,000원 (연간 비용 환산)

 

유류비 및 통행요금

유류비(기름값) 산정을 위해서는 3가지를 가정했다.

 

ⅰ. 14,000km를 1년 간 주행한다.

ⅱ. 10km/L를 연비로 가정한다.

ⅲ. 1,550원/L, 리터 당 휘발유 가격을 가정한다.

 

이 경우 1달 예상 유류비는 188,000원 정도이다. 통행료는 장거리를 주행하지 않는다면 지출되지 않으므로 0원으로 잡았다. (정말 최소한도로 계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8,000원 * 12개월(유류비) + 0원 (통행요금 : 톨비)

= 2,256,000원 (연간 유류비)

 

 

3. 기타 사항들

결국 이론적으로 위의 비용들을 지출만으로 합산하여 단순 비교해보자면,

연간 뚜벅이 교통비 : 2,920,000 원

차량 소유 시 연간 비용 : 8,556,000 원(5년간)

(*5년 할부)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연간 소비되는 지출만으로 따져보면 뚜벅이 교통비의 약 2.93배에 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자동차 보험료는 무사고 운전 경력이 쌓이면 절감되는 등 줄어드는 비용도 있을 것이지만 산술적으로 따졌을 때 저렇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월급여가 200만원 정도 라고 생각해본다면, 어림잡아 4개월분의 급여를 5년간 차량 하나를 유지하는 데에 써야한다는 뼈아픈 현실을 알 수 있다.)

 

한편, 단순 지출이 아닌 5년 뒤에 차량이라는 자산이 남는다는 관점에서 차량 구입비(연간 400만원)를 비용에서 제외하고 비교한다면 차량 소유 시 교통비를 4,556,000원으로 산정할 수 있으며, 뚜벅이 교통비와 비교해 1,636,000원의 연간 추가 지출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편리함의 가치

차량 소유주의 삶은 뚜벅이의 삶보다 편리하긴 할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 버스나 기차가 연착하거나 할 경우 생기는 시간적 손실이 일단 없다. 또한 자신의 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로부터 구별되는 자신만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피곤할 때 잠시 눈 붙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뚜벅이가 누릴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 연출이 가능할 것이다.

 

 

비용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들

하지만 편리함 이면에 위에서 언급한 비용들 외 부분들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대중교통은 목적지까지 타고 가서 내리면 그만이지만, 차를 소유하게 되면 그 차를 해당 목적지에서 주차 및 보관해야 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서울의 유료 주차장의 경우 비싼 곳은 하루 주차비만으로도 뚜벅이의 왕복 교통비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차량이 항상 깨끗하면 좋겠지만, 몰다보면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유료 세차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세제와 걸레 등은 분명 세차를 위해 지출되는 비용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쥐꼬리만한 나의 월급으로 차량을 구입해 유지하려면 5년동안 4달분의 급여를 갈아넣어야 하고, 저축은 꿈꾸기 어렵다. 과연 그만한 가치를 차주의 삶이 보장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차량 구입을 망설인다. 뚜벅이의 삶을 지속하는 게 기회비용이 커보이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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